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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STS IN VELVET

벨벳 속의 야수들 - 1장 ~ 7부 (1장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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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엔 칭은 천상의 예법대로 낮게 절하며, 이마를 석재 바닥에 붙였다. 

 

차가웠다.

 

‘미천하고 보잘것없는 제가 자애롭게도 당신과 함께하게 되어 크나큰 영광이나이다, 고귀한 분이시여.’

 

 

 

 

 

대사는 하셀슈타인이 캐세이식 예법에 참을성이 없다는 걸 눈치챘지만, 어쨌거든 흠잡을 데 없이 행동했다. 

 

그게 중요했다. 가면이 벗겨져서는 안 된다.

 

 

 

 

 

‘일어나시오, 대사.’ 그가 말했다. 

 

‘우스꽝스러워 보이잖소.’

 

 

 

 

 

디엔 칭은 일어서서, 옷에 있을 리 없는 먼지를 털었다. 

 

황궁의 바닥은 처녀의 양심만큼이나 깨끗했다.

 

 

 

황제의 고해사제는 학자의 두건을 입고 있지 않았다. 

 

그는 다른 관리들과 마찬가지로 고운 하얀 린넨과 녹색 벨벳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습관적인 것인지, 딱히 금욕적인 편은 아닌 듯 했다.

 

 

 

 

 

 

‘그렇지만, 고귀한 분이시여. 이분들 앞에 설 수 있어 너무나도 기쁘옵니다.’

 

 

 

하셀슈타인은 분명 딴 곳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디엔 칭은 저 사내가 약속을 잊어버린 게 틀림없다고 추측했다. 

 

그는 나누기로 했던 토의에 전혀 준비되어있지 않았으며, 대단히 짜증나는 일이었다.

 

원숭이 왕의 대리인을 불쾌하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겠지만, 지금은 더 시급한 일에 쫓기고 있는 게 분명했다.

 

 

 

 

흥미로웠다. 

 

그러한 일이라면 분명 군주 톈-진의 대의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일은 술술 잘 풀렸다. 

 

 

사실은 자신이 원숭이 왕을 섬기지 않으며, 

 

2년 전 멀고 먼 캐세이에서 파견된 대사는 다크랜드 어딘가에서 목이 잘린 채,

 

이름없는 무덤가에서 푹 자고 있다는 것을 하셀슈타인과 황제가 안다면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분명 지금과는 상황이 아주 다르리라.

 

 

 

 

 

‘황제 폐하께서는 원숭이 왕의 제안을 고려할 시간이 있으셨나이까, 고귀한 분이시여?’

 

 

 

 

하셀슈타인의 머릿속에 기억들이 떠올랐고, 그는 여러 사실들을 건져 올렸다. 

 

그의 등 뒤로 통에 담긴 모든 탄원서들이 있었다.

 

디엔 칭은 다른 것들과 함께 놓인 자신의 완벽한 위조서류를 볼 수 있었다.

 

 

 

 

 

‘그대가 제안한 다크랜드로의 원정 말이오, 응?’

 

 

 

 

디엔 칭은 엄지를 이마에 대고 다시 한번 절했다.

 

‘그렇나이다, 고귀한 분이시여.’

 

 

 

 

 

 

하셀슈타인은 바쁜 척 하면서, 책상 위의 서류들을 이리저리 훑었다. 

 

그 사내답지 않았다. 

 

디엔 칭은 황제의 고해사제가 산만한 노인이 아니라 노련한 정치인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카를 프란츠의 황궁에는 무언가 심각하게 잘못된 것이 있는 것이다.

 

 

 

 

‘숙고 중이라오. 그러한 일은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가 통합하기도 힘드니. 이해하시리라 믿소.’ 

 

 

 

 

 

‘물론이옵니다, 고귀한 분이시여. 

 

그것이야말로 원숭이 왕께서 동맹을 제안하시는 이유이옵니다. 

 

동방의 군주는 서쪽의 황제 폐하와 손잡아야만 하옵니다. 

 

그리고 악의 무리들은 날로 커져가고 있지 않사옵니까. 

 

전면적인 원정을 할 때가 왔나이다.’

 

 

 

 

 

 

‘음.’ 하셀슈타인이 말했다. 

 

‘아마 그럴지도.’

 

 

 

 

 

 

 

디엔 칭은 속으로 미소지었지만,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겸손해야만, 인내심이 있어야만 했다. 

 

톈-진 층탑도 한 걸음부터 시작한다던가. 

 

단계별로 한 발짝을 디딜 때마다 휴식을 위해 잠깐씩 멈춰야만 한다. 

 

이 함정에 대한 계획은 이미 수 년 전 다크랜드에서 세워졌으며, 결코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디엔 칭은 서두르면 요리를 망친다는 건 알고 있었으니, 결코 주군을 다시 실망시킬 생각은 없었다.

 

 

 

 

 

‘고귀한 분이시여, 감히 제 생각을 말한 것을 용서하여주옵소서. 허나 당신의 마음 속을 압박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사옵니다.’

 

 

 

 

 

‘뭐라 하셨소?’ 하셀슈타인이 말했다.

 

 

 

 

 

‘서방식으로 말하자면,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오, 그건...’ 하셀슈타인은 거의 미소지었다. 

 

‘날카로우시구려, 디엔 칭. 그렇지 않소? “고귀한 분” 과 “미천하고 보잘것없는 저”를 입에 달고 사시지만, 결코 놓치는 법이 없는 것 같소.’

 

 

 

 

 

 

하셀슈타인은 다시 서류를 옮겼다. 

 

그들은 황궁의 대합실 중 하나인 곁회랑에서 회의 중이었다. 

 

벽감에서는, 브레토니아 대사인 드 라 루지에르가 깃털 달린 모자를 흔들며 어여쁜 하녀의 관심을 끌려는 게 보였다. 

 

놈팽이 레오스 폰 리베비츠가 망토를 펄럭거리며 칼 위에 손을 두고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도.

 

 

 

 

 

‘몇 백년 전에 말이오.’ 하셀슈타인이 입을 뗐다. 

 

‘그 누구도 가면을 쓰지 않고는 황궁에 들어설 수 없었다오. 여제 마그리타가 “진정한 얼굴” 이라는 것을 쓰지 않고는 아무도 자신을 알현할 수 없게 한 것이지.’

 

 

 

 

 

하녀는 드 라 루지에르를 따돌리고 가버렸다. 

 

브레토니아인은 드워프였는데, 자신이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생각했다. 

 

많은 재미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이긴 했다. 

 

대부분은 음탕한 이야기였지만.

 

 

 

 

 

땅딸보 멋쟁이가 황궁에 파견된 것은 명백히 황제를 향한 미묘한 브레토니아식 조롱이었지만, 아무도 이를 따지고 들지 않았다. 

 

상황이 터무니없을정도로 우스웠으니까.

 

 

 

 

 

‘그리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느끼시옵니까?’

 

 

 

 

 

하셀슈타인은 손가락으로 턱을 짚었다. 

 

‘가면이 너무 많소, 디엔 칭. 그리고 감히 누가 가면이 진실인지, 얼굴이 진실인지 말해줄 수 있겠소?’

 

 

 

 

 

 

레오스는 누이 에마누엘레 여백작과 만났는데, 드 라 루지에르는 서둘러 모자를 벗고 또 한 번의 추파를 던졌다. 

 

레오스의 장갑 낀 손이 칼자루로 갔다.

 

 

 

 

 

‘오늘 황궁 밖에서 소동을 보았나이다.’

 

 

 

 

 

‘맞소, 디엔 칭. 불 같은 사내 예피모비치이지...’

 

 

 

 

 

 

디엔 칭은 예피모비치를 알고 있었다. 

 

키슬레프인의 가면 밑에 무엇이 있는지도. 

 

하셀슈타인은 화려한 불꽃 속 진정한 얼굴을 본다면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귀족의 특권에 반발하여 시민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캐세이였다면 그런 무례함은 문명적인 방법으로 상을 받게 될 터인데. 

 

악한은 네 그루의 버드나무에 발목, 손목, 목, 고환이 장선으로 꽁꽁 묶여 의견을 바꿀 때까지 매달려 있게 되옵니다. 

 

저희들은 합리적인 백성들이니까요.’

 

 

 

 

 

하셀슈타인은 씁쓸히 웃었다. 

 

 

‘정말이로군, 디엔 칭. 

 

나 또한 천상의 예법으로 예피모비치를 다루고 싶소. 

 

허나 빌헬름 2세 가문 아래서는 사람들이 권리를 가지고 있소. 

 

그게 법이라오.’

 

 

 

 

 

 

디엔 칭은 그것이 헛소리임을 알고 있었다. 

 

 

원숭이 왕처럼 카를 프란츠도 자신의 백성이 가진 권리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하지만, 

 

몇 초만 더 빠르게 크림 과자가 식탁에 차려지거나, 

 

금화 세 닢만 금고에 추가될 수 있다면, 

 

한순간에 권리 따위는 취소할 것이다.

 

 

 

 

 

 

‘물론이옵니다, 고귀한 분이시여. 

 

불 같은 사내가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지배하기 위해 태어나고, 어떤 이들은 지배받기 위해 태어나옵니다. 

 

그것이야말로 영원한 진리이지요.’

 

 

 

 

 

 

 

레오스와 에마누엘레는 드 라 루지에르의 농담에 웃고 있었다. 

 

분을 바른 어릿광대들, 전부 다. 

 

고운 비단과 절묘한 예절을 뽐내며 행진하는, 혈통에 짓눌리고 근친 교배로 바보가 된 놈들.

 

 

 

 

 

폰 리베비츠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목화솜 고치에 싸여 있는 도자기 인형과도 같았다. 

 

놈들의 팔과 다리를 부러뜨리고 색칠된 작은 머리를 으스러뜨리는 것은 쉽고 재미있으리라. 

 

저들이 냅킨을 접는 올바른 방법에 대해 논쟁하고 있을 때, 아이들은 길거리에서 자기 스스로를 팔아치웠다. 

 

예피모비치의 연설에 열렬한 청중이 뒤따르는 것도 당연하다.

 

 

 

 

 

 

 

‘바로 그거라오.’ 하셀슈타인이 말했다. 

 

‘황제 폐하께서는 신들과 선제후단의 용인 아래 통치하시지.’

 

 

 

 

 

에마누엘레 여백작은 소녀처럼 웃었다. 

 

훈련된 웃음, 예의바르고 예쁘지만 진정한 감정과는 아무 연관도 없었다.

 

 

 

‘몇 년 전 틸레아 쪽 도시국가들에서 시도된 실험을 들었었소. 

 

민주주의, 아니면 뭐 웃기는 거였다오. 

 

대중들의 통치. 

 

난 실패라고 믿소.’

 

 

 

 

 

‘대중들!’ 하셀슈타인이 탁자를 쾅 내리치자 잉크 병이 튀어올랐다. 

 

 

‘지그마께서는 황제들이 모두 통치를 잘 하지는 못하리라 알고 계셨소 – 제국은 무능한 보리스도, 미치도록 잔인한 피의 베아트리체도 견뎌냈지만 – 대중들이라니! 

 

저 성문 밖에서 피를 부르짖는 폭도들이! 

 

스스로를 먹이지도 못하며, 변소에서 밑도 못 닦는 것들이라오. 

 

저들이 뭐라도 다스릴 수 있으리라고 보오?’

 

 

 

 

 

 

드 라 루지에르는 에마누엘레 여백작의 치마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보여주는 척하며 다리를 만져 보려고 하고 있었다. 

 

조심하지 않는다면, 드워프는 레오스의 치명적인 칼날에 찔리게 될 것이다. 

 

아주 유용한 칼날에.

 

 

 

 

 

 

 

‘그렇다고는 해도, 영웅들이란 대중들에게서 나오지 않사옵니까? 

 

모든 음유시인들이 노래하는 콘라트라는 사내는; 농노 아니였습니까? 

 

그리고 몇 년 전 황제 폐하의 목숨을 구한 지르크는 그저 배우였다고 아옵니다. 

 

지그마께서는 물론 녹색 벨벳 위에서 태어나지 않으셨고 말입니다. 

 

많은 천재들이 자신의 장점만으로 출세하게 되었지 않사옵니까. 

 

튀발트 장관께서는 식료품점집 아들 아닙니까?

 

지그마와 울릭 교단은 위대한 업적을 행한 미천한 태생의 종들로 기려지고 있지요.

 

당신께서는, 특기할 만한 선례는 없는 것 같사옵니다만..’

 

 

 

 

 

 

디엔 칭은 그를 조롱하고 있었지만, 알아차리기에는 미묘했다.

 

 

 

 

 

‘음.’ 사제가 말했다. 

 

 

‘실은, 내 맏형님께서는 후작이시라오. 

 

우리 가문은 대단히 유서깊지. 

 

내 성당에 들어서면서 “폰” 은 이름에서 떼 버렸소.’

 

 

 

 

 

 

 

‘아하, 그럼 예피모비치의 조롱은 사적인 것이옵니까?’

 

 

 

 

‘특별히 나를 경멸하지는 않소만. 그는 모든 귀족들을 싫어하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어리석은 작자로군요.’

 

 

 

 

 

‘어리석은 작자요, 그렇지. 허나 위험한 작자기도 하오.’

 

 

 

 

 

‘아니옵니다. 황궁 근위대, 민병대, 경비대가 있지 않으시옵니까?’

 

 

 

 

 

‘그대가 맞소, 디엔 칭. 제국은 예브게니 예피모비치를 두려워 할 이유가 없지.’

 

 

 

 

 

천상의 미소와 절.

 

하셀슈타인은 절반 정도 사실을 말했다.

 

예피모비치 혼자서는 진정 위협이 되지 않겠지만; 디엔 칭과 협력하고, 군주 톈-진의 축복을 받는다면, 예피모비치는 불 같은 사내 그 이상이 되리라.

 

 

 

 

 

 

제국은 항상 그 기반 위에 불안정하게 놓여 있었다. 

 

잘 세워진 계획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떤 상황에라도 이득을 보는 것은, 디엔 칭에게 달려 있었다. 

 

 

 

 

아침에 막대 점을 쳤었는데, 가까운 미래에 유용한 앞잡이를 보았었다. 

 

도시 전체에 공포의 씨앗을 뿌리고, 황좌를 뒤엎을지도 모르는 괴물을.

 

 

 

 

 

 

디엔 칭이 하셀슈타인에게 물었다. 

 

‘저들이 야수라고 부르는 괴물에 대하여 무엇을 아시옵니까?’

 

 

 

 

 

사제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그는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디엔 칭에게 자초지종을 말하기 시작했다.